향수

나이 들어가기 때문인 걸까,
어쩐지 벌써 매 하루 한국을 향한 향수가 짙어지는 것만 같아.

자유며 추억, 기회,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 미국에 가득하지만 어째 나도 모르게 미국 생활 앞에는 ‘한동안은’ 이라는 표현을 붙이게 되고, 농담 반 진담 반 여기에서 일하는 건 좋지만 가능하면 한국에서 살고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다.

물론 내 모국을 향한 애정은 당연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게 혹시 내가 여태까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삶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래서 어제를 향한 그리움이나 미련이 생겨서, 혹은 그때 그 결정이 최선이 아니었기 때문은 아닐까 의문 서린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당연히 걱정하거나 후회한다고 해도 이미 지나간 시간이나 이 현실에 아무런 변화 없을 터, 그래서 나 금세 그 생각 덮어버리지만.

하지만 오늘처럼 몸살로 온종일 몸져 누운 날이면 타국생활이 유독 고되게 느껴진다. 그리고는 평소답지 않게 이미 내린 결정과 결론을 되돌아본다. 아니, 어쩌면 지난 결정과 그로 인한 오늘을 통해 지금 내 눈앞의 선택지들이 가져올 내일 내가 과연 행복할지 가늠하기 위한 것일 테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반나절이면 금세 바다 건너 날아갈 수 있다고 해도 결국 타국은 타국이니까. 그래, 오늘의 고민은 아마 외로움과는 분명 다른 감정, 타국 생활이 주는 이 빈틈을 평생 안고 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일 테다.

분명 나는 이곳에서의 자유가 좋다. 특히 이 변화를 앞두고 느껴지는, 간만의 이 두려움과 설레임이 반갑다. 그래서 때때로 프랑스나 호주처럼 다른 나라들에서 생활하며 이런 변화를 정기적으로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내 선택이고 내 결정이기에 결국 그 어둠조차 온전히 받아들일 것일 테다, 늘 그래왔듯. 그럼에도 역시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선택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결정해야 할, 너무 늦지 않게 선택해야 할.

어쩐지 매일 밤 같은 질문으로 하루를 떠나 보내게 되는 요즘이다.

 

2018년 2월 18일 일요일의 끝자락,
텅 빈 집이 유독 쓸쓸하게 느껴졌던 하루를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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