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s of Love

어릴 적 즐겨봤던 디즈니 공주와 왕자의 사랑은 언제나 해피엔딩이었어요.

그래서 사랑이란 늘 영원하고 아름답기만 할 거라는 환상이 있었죠. 그러다가 문득 디즈니 로맨스의 엔딩은 왜 늘 사랑의 확인 단계에서 끝나는지 궁금해졌어요. 분명 그 결실을 본 후 더 긴 시간을 함께하게 될 텐데, 왜 늘 그다음 이야기는 [그 후로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한 줄로 끝나는 걸까 하고 말이죠. 그 답은 성인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어요 – 갖은 역경 속에서 마냥 특별해 보이던 디즈니 속 사랑도 세월이 지나며 점차 우리네 현실에서와 별다를 것 없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 되어간다는 것을 말이에요. 큰 파도 한 번 없이 평화롭기만 한 뻔한 모습을 두세 시간씩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아무리 뜨겁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사랑이라도 언젠가는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당연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죠. 연애 초반의 설렘과 흥분은 어느새 가라앉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언제나 특별하게 느껴지던 것들이 점차 평범하게 보이기 시작해요. 선물 같던 이 사랑이, 특별하던 이 사람이 어느새 삶 일부이자 당연한 일상이 되어 단조롭고 권태롭다고 여겨지기도 할 테죠. 설렘 가신 가슴에는 안정이, 충동 어린 흥분 대신 견고한 믿음이 쌓여가지마는 때때로 매 순간이 새롭던 이 사랑의 시작이 그립기도 할 거예요. 아니, 사실은 그저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 걸 테죠 – 낯선 사람만이 주는, 이미 익숙해진 상대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신선함과 짜릿한 흥분을.

그러다 유혹에 빠질지도 몰라요. 어느 날 갑자기 생겼던 사랑이 이렇게 갑자기 사라진들 무엇이 이상하냐며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말이에요. 물론 새로운 사랑이 온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닌, 그저 신선함에서의 충동이었던 거라면 곧 단조로움과 지겨움으로 뒤범벅된 지난날들이 그리워질 거에요. 그리고 알게 되겠죠, 마냥 단조롭고 권태롭게만 느꼈던 그 일상 속에 분명 행복이 있었음을. 너무 익숙해서 그저 당연하게만 느꼈던, 잔잔하고 안정적이었던 시간이 사실은 그 사람하고만 가능했던 것이었음을. 일상적이지만 절대 당연하지는 않았던 매일이었음을.

모든 ‘처음’은 단 한 번뿐이에요. 이 사람이기에, 이 사람만이 가능케했던 그 어떤 감정과 행동도 영원히 처음의 설렘을 지니고 있을 수는 없을 테죠. 점차 익숙해지고, 어느새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요.

어쩌면 ‘미지근해진다’는 건 최적의 온도를 찾아간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어요 – 지금 이 환경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오래 머물 수 있는 온도 말이죠. 뜨거운 물도, 차가운 물도 가만히 두면 자연히 미지근해지듯 이 감동이 더 천천히 가시도록, 더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혹 우리 스스로 감정의 온도를 조절하는 건 아닐까요?

물론 이 평화가 길어질수록 일탈의 충동도 잦아질 테죠. 그 때 꼭 기억할 수 있길 바라요 – 이 세상에 그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나만 알던 그 사람의 작은 습관, 그 사람과 함께하며 울고 웃던 순간들, 그 사람만이 주던 감동…  그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그 모든 소소한 감정과 특별한 일상을 내 손으로 너무 쉽게 놓아버리지는 않기를. 때로는 고요하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잔잔한 물결 위로 부스러지는 햇살의 눈부심을 그때의 내가 꼭 기억할 수 있길 바라요.

이 사랑이 그저 또 하나의 쉼표로 그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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