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 좋아하세요?
누군가 제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아마 전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고 말할 거에요. 한 번도 발 딛인 적 없는 프랑스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전 프랑스 음식을 먹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해요. 한식 다음으로, 아니, 어쩌면 한식만큼이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 다른 나라로 여행이나 출장을 떠날 때면 가끔 한식만큼이나 프랑스 음식이 그리울 때도 있어요. 요즘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보다는 투박하게 접힌 크레페나 갓 만든 뜨끈한 라따뚜이 같은 매일의 음식이 말이어요. 이게 진짜 프랑스의 맛일까 고개 갸우뚱거리면서도 그저 반가운, 그런. 그럴 때면 그 도시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프렌치 마켓(French Market)을 검색해보고는 한답니다.
시카고 프렌치 마켓(Chicago French Market)은 시카고에서 제가 가장 즐겨 찾던 일탈지 중 하나에요. 우울하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면 장바구니에 지갑만 챙겨 넣고 프렌치 마켓으로 향하고는 했거든요. 어쩌면 집 앞의 홀푸드 마켓(Whole Food Market)보다 더 자주 갔을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도심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 커다란 마켓에는 푸줏간부터 허브가게며 식당까지 – 다양한 프랑스 먹거리와 볼거리가 모여있답니다. 게다가 마카롱이나 케익 등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디저트 가게도 몇 있기 때문에 돌아다니는 내내 입이 심심할 틈이 없어요.
달달한 마카롱을 입에 물고 돌아다니다 보면 금세 두 팔 가득 허브 부케며 고기에 치즈까지 한 아름이 되어요. 거기에 살짝 욕심을 보태어 훈제굴 통조림까지 두어 개 더하고 나면 슬슬 집으로 돌아갈 걱정이 생기지마는 어째 마음만큼은 든든해졌던 것 같아요. 오늘 장 본 재료로 무엇을 해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집까지 금방 도착하고 말이죠. 오늘은 그때 그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냄비 하나로 간단히 만드는 집밥표 프랑스식 해물탕 [부야베스]를 소개할게요.

프랑스 마르세유 지방의 전통 해산물 요리인 [부야베스]는 먼 옛날 어부들이 팔다 남은 생선을 바닷물에 넣고 끓여 먹던 국에서 유래되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거기에 새우나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과 토마토, 마늘 등 채소가 더해져 요즘의 형태로 발전했다고 해요. 게다가 향이나 맛은 조금 다르지만, 통 생선으로 장시간 육수를 뽑아 불그스름한 양념을 넣는 점에서 우리식 지리와 매운탕과도 엇비슷하여 평소 양식을 꺼리는 사람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접할 수 있고요.
[부야베스]는 투박하지만 따뜻하다는 느낌이 강한 요리에요. 물론 갖은 고급 재료에 높은 몸값을 내보일 때도 있지만, 어쩐지 화려한 고급 식당보다는 ‘집’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분주했던 하루를 뒤로 집으로 돌아오면 뭉근히 끓인 부야베스 한 접시가 식탁에 턱 하니 놓여있을 것만 같은, 그런 그림에 말이어요. 왠지 국물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으면 진한 바다의 향을 따라 은은한 감칠맛이 온몸을 맴돌며 하루의 긴장과 피로가 나른해질 것 같지 않나요? 찬바람 거세지는 오늘 같은 날에 꼭 어울리는 한 접시가 아닐까 싶어요.
잿빛 구름 낀 오늘 하늘만큼이나 마음 어두운 요즘이에요.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로 매일 하루 몸도 마음도 지쳐가지만,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으로 다들 한마음 한뜻을 모아 오늘을 지탱해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잠시나마 그 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따뜻한 [부야베스] 한 접시로 우리 모두 잠시나마 걱정도 슬픔도 내려놓을 수 있길 바라며…

재료:
한 개. 감자
A4 용지 가로 기준 한 개 반. 셀러리 줄기 (또는 펜넬 반 개)
대여섯 장. 셀러리 잎 (또는 딜이나 파슬리. 생략 가능)
반 개. 양파
두 개. 토마토
두 숟가락. 토마토 퓨레 (또는 토마토 페이스트. 생략 가능)
세 톨. 마늘
반 마리. 우럭 또는 대구
반 마리. 아귀
두 마리. 새우
7~8 알. 홍합
3~4 팁. 사프론 (생략 가능)
한 개. 오렌지 껍질 (또는 레몬. 생략 가능)
반 숟가락. 소금
후추
네 알. 통후추 (생략 가능)
한 숟가락. 식용유
반 컵. 화이트 와인
세 컵 반. 물
** 레시피 계량 기준은 밥 숟가락과 종이컵(200ml)입니다.
만드는 법:
- 우럭과 아귀는 뼈와 살을 분리하고
- 감자는 껍질을 벗겨 0.5cm 정도 두께로 썰고, 씨를 뺀 토마토와 마늘, 양파는 잘게 다진 뒤
- 중불에서 달군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열이 오르면
- 마늘, 감자, 양파를 넣고 살짝 갈색빛을 띨 때까지 볶은 뒤
- 오렌지 껍질, 토마토, 토마토 퓨레, 화이트와인을 넣어 와인이 반쯤 줄어들면
- 생선 대거리와 뼈, 홍합, 물, 셀러리 줄기, 통후추, 사프론을 넣고 끓이다가
- 홍합이 입을 열면 잠시 건져두고
- 물이 반 가까이 줄어들면 생선 대가리와 뼈, 통후추, 셀러리 줄기를 건져내고
- 생선 살과 새우, 홍합을 다시 넣어 새우색이 변할 때까지 끓여
-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셀러리 잎을 얹어 내면 끝